[곽진언] 1집 나랑 갈래

듣다 2016.06.22 00:31




나랑 여행 갈래?

다신 안 돌아오게 아주 먼 곳으로.



비포 선라이즈에서 만난 남녀는

기차에서 처음 만나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남자는 묻는다. 같이 내리지 않겠냐고.


그날 처음 내 삶에 나타난 사람, 어쩌면 다시 볼 일 없을 사람.

그렇지만 어쩐지 나를 알아줄 것 같은 사람.


누구에게나, 이성과 규율로 꽉 찬 현실을 버리고

나의 영혼을 이해해줄 사람과 함께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혼자라면 사라질 용기가 안나는 내 손을 붙들고,

같이 가자, 라고 해줄.



피를 나눈 이조차 이해할 수 없는 그림자가 있다.

매일 눈을 보고, 가장 가까운 숨을 쉬는 사람조차 알아줄 수 없는 캄캄한 어둠.

나조차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독한 밤을 지샐 때면

어딘가에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누군가가 나타나,

이렇게 속삭이는 꿈을 꾼다.



나랑 도망갈래

나랑 사라질래,

나랑 함께 가지 않을래?


짧은 망각이 아니라,

아주 먼 곳으로 사라지자.



마치 내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듯

나의 슬픔과 무기력을 전부 이해한다는 듯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하며 망설이는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햇살 눈부신 날에,
다신 못 돌아오게 아주 먼 곳으로 도망가자는 말에

나랑 함께 가주지 않을래 하고 묻는 말에


응 그래, 아무도 모르게 가자.

햇살 따뜻한 날에.

너랑 사라질래, 라고 대답하고 싶어졌다.



꼭 너랑 단 둘이서만 아는

그런 먼, 먼 곳으로.


다신 안 돌아오게

아주 먼 곳으로.



슈스케 보긴 했지만 곽진언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이번 앨범도 그렇게 취저는 아니었는데도

뭔가 같이 갈래, 하는 음성에 왠지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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