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야기

쓰다 2017.06.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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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하나를 맡아 했다.

내가 하고싶어 자원했던 거고, 

결국 무사히 나가기는 했다만 그 과정에서 또 엄청난 양의 빡침 경험치를 연성하고야 말았다.


물어물어 기생하듯 완성한 결과물이지마는

처음으로 내 이름이 불려 나간 거라 조금 뿌듯하기도.

물론 영상이나 이런 부분들은 흐지부지 됐기도 했지만.


애초에 뭘 바라고 했던 것은 아니고, '해보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어서 

그렇게 아쉬움이 크지는 않지만, 사람인지라 도달률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내가 고생해서 만든 것들을 사람들이 보고 듣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무엇이든 자꾸만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하는 갈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내 얘기를 좀 들어줘! 나를 좀 봐 줘!


결국 세상 사람들은 모두 어느정도의 관종끼를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다.


가장 크게 생각하게 된 것은 사람의 문제,

결국 많은 일들이 '내가 아는 사람'의 범주 안에서 해결될 수 있구나 하는 쓰라린 아픔을 얻었다.

이번 일은 고맙게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많이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지만

결국 다른 일을 하게 되었을 때는 막힐 것임이 분명한 듯..

나의 바닥치는 사회성이, 결국 언젠간 내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또 다른 사람의 문제로는 누군가와의 협업에 대한 것.

나는 사실 대학 때도 그렇고 고등학교 다닐 때도 그렇고 늘 앞에 나서거나 중심에 서는 걸 싫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는 사실이

여전히 많이 부담스럽다. 그 연습이 조금 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실수가 매우 많았으나)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것도 오히려 배웠다.

나는 내가 정말 남들과 잘 어우러지고 조화, 협상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을 하다보니 은근히 모든 걸 내 기준에 맞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나만큼 고민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의 이런 모습에 나조차도 충격을 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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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새 폰이 박살, 리터러리 박tothe살이 났다.

6시까지밖에 서비스센터가 문을 열지 않아서 점심시간에 달려감.

핸드폰이 없으니 급 할 일이 없어져서, 근처 서점으로 달려가 나도 모르게 충동 책 구매를 했다.


그 중 하나가 말로만 듣고 글로만 보던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좋아하는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그날 읽기 시작한 <82년생 김지영>을 오늘 카페에서 다 읽었다.

참으로 나는 조금 나은 김지영이라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나는 말을 그렇게까지 꾹 눌러 참는 성질머리는 못 갖고 있는 것 같으니까.


뭐.. 말은 이렇게 해도 나도 핵쫄보라 여러 기분나쁜 성적 멘트들과 

이런 저런 실언들에 별 소리 못하고 못들은척 장난으로 넘기고는 하지만

회사가 아닌 일상 생활에서 겪는 일들에 그저 가만히 두고만 있지는 않을 거다.

뭐 지하철 안에서 옆사람 몰카범을 함께 잡아 경찰에 넘긴 적이 있기도 하고. 


익숙하다 못해 뻔한 이야기들인데, 또 이렇게 모아 보니까 질감이 새롭다.

이렇게라도, 조금 각성하는 여자들이 많아진다면 또 조금씩 더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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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약간 나를 슬프게 만드는 책이다.

그 지점, 사랑에서 일상이 되어버리는 그 지점이

그래 어찌보면 저게 진짜 사랑이겠다 싶으면서도 

전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 거.


특히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부터는 너무 현실감이 돋아서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하게 됐다.


나는 내 삶을 잃는 것이 너무 두렵고, 

결혼을 하게 된다면 배우자의 관심을 잃는 것도, 

서로 그저 그런 일상적 협업자(?)의 관계가 되는 것도 너무 싫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과정을 거쳐 아이를 키우고

그러는 동안 시간은 너무도 훅훅 지나가고,

내 취향을 포기하고 내 시간을 희생하고

그렇게 내 말년을 보내야 하는 게 좀 답답하다.


내가 재벌이라 돈 막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T.T 

결국 아이가 생기면 그만큼 나에게 쓰는 돈과 시간이 줄어들텐데.


근데 또 어른들 이야기 들어보면, 

아이가 없는 경우 나중 들어 외로워 진다고도 하고,

그럴 거면 결혼의 메리트가 딱히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일 무서운 것은

내가 이걸 생각하고 있다는 것...

나도 이제 누나가 아닌 이모 소리 듣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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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뭔가

전략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게 좋은 건지 요즘은,

딱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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