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25일 점심시간.

쓰다 2017.04.2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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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로그인 인증을 했다. 정말 오랫동안 안 왔었구나. 브런치도 파고, 이것저것 하는 것들을 지속해 오면서 이 공간은 잊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팀이 바뀌었고 속상한 일들이 수차례 있었고, 공연도 보고 즐거운 일도 가끔 생겼던 것 같다. 지금 보니 가장 마지막 올린 글이 다 그만두고 싶다라든지 스스로 쓰레기라고 자책하는 글이었는데, 지금도 나는 쓰레기 ㅇㅇ. 인걸 보니 우울하다. 여전히 나는 생각이 없고 멍청하다. 그러니까 그 순간으로부터 나는 한 발자국도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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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결국 이 공간을 켠 것은 방금 내가 본 어떤 글 때문이다.


연인 사이엔 비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라고 시작하는 글이었는데, 그래서 나는 정말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물론 나도 연인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다. 감추고 싶은 것들이 있고, 알려지면 죽어버리고 싶어질만한 비밀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이 비밀을 지키고 싶은 동시에 상대가 이 비밀만큼 가까이 다가와줬으면 좋겠다는 비밀스런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 결국 아무도 다다르지 못하겠지만. 


우리가, 적어도 내가 연애를 시작하는 이유는 누군가의 세상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나는 대부분의 시작이 사랑보다는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이 말하는 방식, 사고하는 방법, 왜 이런 생각을 할까? 정말 이상하다 내지는 정말 호감이다 ㅇㅇ. 그의 친구들, 좋아하는 음식, 자주 가는 장소, 듣는 음악, 그런게 내 삶에 점점 물들어가서 내가 변화할 때 기쁘고 가장 행복하다. 좋아하는 상대와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어딘가 짜릿하다. 


그 기쁨은 내가 나의 코어와 가장 가까운 부분을 내어보였을 때, 그리고 그럼에도 상대가 그 이유로 나를 밀쳐내지 않고 나의 혹은 자신의 일부분으로 인정해줄때 가장 커진다. 나 역시 상대의 코어 가장 가까운 곳을 탐험할 때 가장 가깝다고 느낀다. 그게 어떤 찌질하고 안 좋은 일이어도, 한편으로는 내가 그의 이런 부분까지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지기도 한다. 아닌가? 보통의 일상은 그냥 1 혹은 0으로 흘러갈 뿐인데, 1과 1이 더해져서 3이 되고 4가 되고 금방 100을 훌쩍 넘어버리는. 말도 안되는 그 기분 때문에 한다 나는 연애.


그리고 그건 평행선이 아니다. 누군가와 평행으로 달리는 것은 언제나 가장 편하고 쉬운 길인데, 그게 연애의 목적인지는 정말 잘 모르겠다. 난 정말 부정적인 맘만 먹으면 누구보다 평행을 잘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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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 저 글에 자극받아 로그인 인증까지 해가며 불을 내가고 있는 것은 나의 요즘 연애가 평행선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안쪽으로는 들어오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없던 벽이 세워진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었다. 궁금해하지도, 만나고 싶어하지도, 전화도, 문자도. 물론 아직까지는 관성을 멈추지 못해 어느 정도의 의도적인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점점 속도는 줄어들고 감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서겠지.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정말 생산적인 연애란 말이야?


혼자 있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 연애도 잘 한다고 하는데, 뭐 그냥 앞에선 끄덕끄덕하지만 당최 그 말이 뭔 똥소리인지 모르겠다. 혼자 잘 있을 수 있는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을 잘 하는 거다. 혼자 놀기 달인 모든 비연애주의자들이 연애를 잘하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그 '잘 한다'는 기준이 뭔지도 모르겠다. 오래 안정적으로 만난다는 의미 아닐까. 그런데 오래 안정적으로 만나는 게 꼭 잘 하는 걸까.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는 어떤 한 인생도 그 코어까지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오래 산 부모님, 형제들도 마찬가지고. 아직도 나는 동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니까. 왜 저런 멍청한 행동을 하는지. 왜 저렇게 사는지 등등. 푸하.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그게 설령 파국으로 끝날지라도 한 사람의 끝까지 보는 건 좋은 일이 아닌가. 그걸 어떻게 못 하는 연애라고 할 수 있으며 그걸 빼고 어떻게 그것을 연애라고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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