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9 올해 첫 글

쓰다 2017.01.19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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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어영부영, 1월도 반이 넘게 지났다.

작년을 정리하는 글을 좀 써보겠다고 몇 번을 머릿 속으로 다짐했지만

정신없게 사는 요즘의 내가 가능했을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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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드디어 이사를 했다.

1년 만의 일이었다.

그 작고 어두운 방에 산 지.


몸 누일 나만의 공간이 있기만 하면 다른 거야 뭐 어떻겠냐,

자만했던 내가 미친 거였다.

지난 1년은 준 악몽이었다.


새로 옮긴 집은 넓고, 깨끗하고, 수납공간도 많다.

화장실도 널찍하고 샤워 부스도 따로다.

그 중에서도, 가방 하나에 몰아뒀던 내 아끼는 인형들을 주욱,

늘어놓을 자리가 생겼다는 게 가장 좋다. 아, 침대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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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에 인간은 모두 평등하며 계급 따위 없다고 하지마는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점선 같은 게 있다.


나는 늘 그 점선을 밟으며 살아왔다.

늘 내가 가져 마땅한 것 이상을 원했다.


머리는 좋았지만 출생이 상놈이었던 아빠는

너희만은 그렇게 살지 말라며 나름대로 금지옥엽 딸들을 키웠다.

점선을 밟고 오르리라는 마음을 먹게 된 건, 그런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점선을 밟고 사는 사람만이 갖는 억척스러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 아래에 뭐가 있는지따위는 관심조차 없겠지.


"처음에는 고생을 해 봐야 나중에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하는 거야" 라는

교훈적 말 따위가 가 닿을 리 없는, 깊고 깊은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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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돈은 아니지만 집을 옮기기 위해 보증금 600만원을 대출 받았다.

금방 못 갚을만큼 큰 돈은 아니지만 적은 돈도 아니다.

못 갚을 액수도 아니면서도,

가끔 학자금과 대출금을 함께 생각하면 잠시 멍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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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관한 우울한 소리를 했지만,

그래도 나름 깨알같은 재미가 있다.

침대도 배송이 됐고, 청소기도 사고, 오늘은 의자도 샀다.

옛날 집에서는 들일 수조차 없던 것들을 하나하나 넣다 보면


아 이제야 내가 '집'에 사는 거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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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에게 작년은?


으음.. 이건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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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신발장을 정리하다가,

근 2년 간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된 존재를 떠올렸다.

구두에 쌓인 먼지를 닦다가 문득 코 끝이 시큰.


위로받을 여유도, 사랑받을 여유도 없었던 때의 나에게

유일하게 위로와 사랑을 건네줬던.

나는 그래서 아직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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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작년에 다친 다리가 낫질 않는다.

인대가 늘어났다는데 이렇게 안 나을 수가.

다리 다쳤는데 또 잘 해보겠다고 열심히 의자를 밀고

이곳저곳 일하러 다니고 뛰어다닌 게 문제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병원을 다닌다.

걸을 때도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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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보내는 관심이 적어질까 걱정이 된다.

조바심 낼 일도 아니고, 움츠러들 일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슬퍼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마 내가 상대에게 쏟는 감정이 그만큼 커서이지 않을까.


커서? 커서. 깜빡 깜빡. 흰 종이.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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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에는 자주 도서관엘 간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책들도 좋고,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도 좋다.

가장 최근 읽은 책은 #비수기의전문가들 by 김한민.

굉장히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굉장히 좋았다.

전부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서도.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역시 도서관은 좋다.

책 소독기 하나만 들여왔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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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마도, 5춘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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